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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소년들이 고등학교 3학년으로 나아갈수록 마계의 문과 가까워진다는 하나의 도시괴담을 믿는 편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눈물을 달고 살았다. 6살 때부터 8살 때까지는 정말 매일 울어서 그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에 앉은 다크 서클은 그때부터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만 해도 이렇게 힘든 날은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으로도 ...

가을의 끝자락 강과 바다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잭을 둘러싼 강의 안개가 걷히고 호박 랜턴의 빛이 가장 밝아진다 수백 년에 걸쳐 만들어졌다가 버려진 호박들의 눈이 밤의 마을에서 별처럼 빛난다 랜턴의 불을 보고 하나 둘 모이는 것은 듀라한 마녀 흡혈귀 늑대인간, 사람이었던 존재들과 반짝이를 좋아하는 어린 아이들 아이들은 무언가에 씐 듯 천진난만하게 옷을 갈아입...

백조의 노래가 되기 위해 원숭이처럼 춤을 춰야 해

항상 시대가 평온할 수는 없다 기우뚱 한쪽으로 넘어가다 새로운 무대가 돌아오는 손잡이를 돌리면 무대가 교체되는 소극장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대륙판 위에 있던 모든 문명은 쓸려가고 있죠 사람이 동킹콩의 드럼통처럼 데구르르 시대의 해가 저물 듯이 마지막 빙하기도 찾아와 모든 걸 하얗게 굳혀버린다 미끄러운 얼음판 위에서 우리들은 휘청거린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비틀...

세상은 아직도 돌아가고 있다 달은 공전하면서 공존한다 파란에 이 별이 잠기게 하는 공기에 우리들이 코로 맡고 입으로 마시는 별의 숨결 속에는 앰플 속에서 새어 나온지 오래인 전염성의 바이러스가 섞여 있었다 이빨 자국이 수도 없이 찍힌 시체가 발견됐다 환자에게 물린 사람은 심장이 멈췄다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고 평소처럼 일상을 살아간다 타인의 기쁨에 축배를...

즈려밟히던 낙엽이 푸른색을 잃어버리고서 단 향을 낸다 단물이 말라붙으며 부는 바람이 끈적했다가 시원해진다 이어서 쓸쓸해지는 건 누구의 몫인지 부엌에서 들리던 물 소리가 멈추고 눈물을 흘리며 엄마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머릿속에 들어있던 뇌가 우동사리보다 좋은 점이 적어지도록 나이테가 주름과 갈라지는 손톱으로 생겨나는 2년 여의 여행을 마치신 할머니의 마지막 ...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행복하기가 그지 없었다 언제나 그랬다는 듯 선물을 받고 웃어대고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입 안으로 맛있는 음식을 집어넣고 씹으며 따뜻하게 잠에 들면 그만이었다 우리 안에 우리는 없고 모두 한 사람인 것처럼 서로를 잘 챙겨주는 줄 알았지만 따뜻하게 덥혀둔 거실 식탁에 모인 친척 식구들 가운데서 홀로 식은땀을 닦아내는 사람을 봤다 동서였다...

손톱들이 쌓인다 벗겨진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뿌리에서 피가 흐른다 여전히 숨이 묻어 있어 선홍빛이 도는 것부터 이미 썩어서 검게 물들어 가는 손톱까지 반월 부분에서부터 뿌리를 내리고 위를 발로 밟는 사람들의 걸음걸이에 쓰러진다 바닥에 달라붙어있다 피가 끊긴 손톱부터 불길에 타버린 손톱까지 얼룩무늬처럼 복잡하게 뒤섞여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거리가 꿈틀거리다...

사람들의 몸이 새빨갛다 화로에 들어가 있던 듯한 그들은 담금질도 거치지 않았다 만지면 손이 붉게 익고 불순물이 살에 박힌다 나는 그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들은 자신들의 불행을 함께 짊어져줄 사람―숭배의 대상을 갈구했다 숭배의 대상일지 증오의 대상일지는 모른다 그들의 신앙적인 애정은 배려가 없었기에 예수도 신음하다 영이 떠나갔기에 나의 몸이 그들의 손아귀를 ...

바람이 습기를 머금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찝찝한 날 여름에 비가 오는 날 투덜거리며 젖어가는 길을 걷는다 빗방울이 톡, 톡 떨어지고 땅으로 스며들고 회색 빨간색 보도의 벽돌의 색이 어두워지면 자연스럽게 땅 아래로 침전하는 빗방울과 함께 마음에 저도 모르게 품고 있던 환상통 같던 불안감이 씻겨 내려간다 비를 맞다가 서서히 지오스민*을 뿜어내는 흙과 그와 조응하...

언젠가부터 너는 나와 말을 하면서 가끔 발음이 눈꺼풀과 함께 뭉개졌다. 너는 물을 마시다가 가끔 입을 헹구고는 했다 너는 가끔 하루 종일 입술을 열지 않고는 했다. 괜찮니 요즘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 별 일 없어. 매일 너는 벌레 씹은 표정을 하는데 입에서 나오는 건 달콤한 꿀이었다 언제 한 번 너가 책상에 엎드려서 잠이 든 사이에 슬쩍 입술을 엿보았다 ...

파란만장한 세상이다 시時들의 사이가 빽빽해 ‘파란 바다’란 말이 진부하지 않고 낯설 정도로 나는 그 낯선 바다에서 태어났다 팔다리를 움직여 물살을 헤쳐서 나고 자란 대양에서 나가기 위해 나아간다 나의 바다를 넓히다 보면 덜 자란 몸은 파도에 밀리고 암초와 부딪힌다 그렇게, 그렇게 살다가 어둡고 시퍼렇게 불어나는 몸뚱이 방파제에 붙은 따개비처럼 달라붙은 멍들...

사슬은 억세다 자주 나를 묶어두고 싶어 해서 나는 사슬을 묶어두고 싶다 어떻게 하면 이 사물의 악함을 교화시킬 수 있을까 고심한다 모든 것이 무용無用하진 않을 테니까 따르릉 따르릉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한 노인이 조금 오래된 자전거를 타고 씽씽 옆을 지나쳐 길 위를 질주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함께 들려오는 사슬이 무언가에 맞물리는 소리 드...